예전부터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글로 할지, 그림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둘만 방법이 아니었겠지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엔딩을 보는게 참 괴롭습니다. 즐겁게 본 이야기가 끝이 나서 그 세계가 완전히 정지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해봤지만 만족할 수 없었고, 그림으로 제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만들어, 절 그 안에 온전히 넣어버리면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겸사겸사 부업으로 영상편집, 애니메이션 제작도 하면서 용돈 벌이 겸 그림 실력 증진이 제 목표였고, 앞으로도 제 목표입니다.

단기적으론 애니메이션 제작이 1순위입니다. 유튜브에서 제가 좋아하는 버튜버들을 주제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퀄리티는 그닥 높지 않은데, 포인트들을 잘 잡아 만든 귀여운 인형극 정도에 가깝습니다. 전 원래도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하는 중이라, 이를 이용해 영어권 시청자들을 끌어오는 식으로 시장을 노려보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저작권 및 관련 정보들에 대한 강의들도 기대감이 높습니다.

현재 저는 (수개월 전에 비하여) 영상편집, 영상 제작, 사진 합성, 그림, 자막 및 영문 번역,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족스런 결과물도 몇 개 뽑을 수 있었고요. 그전에 2년동안 끙끙거리면서 혼자 고민한것보다, 최근 6개월동안 배운 것이 훨씬 많고 유용합니다. 아직은 미숙한 단계이나, 이 정도의 기반 지식을 갖고있다면 다른 프로그램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에도 스스로 반취미스럽게 미술을 공부하긴 했지만, 초기엔 여러가지 잡스런, 정돈되지 않은 지식들로 차있었으나 현재는 선생님의 도움을 통해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중입니다. 개중 가장 잘 배웠다 싶은 건 아무래도 자신감이겠네요. 배운게 없단 얘기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예전에 피아노를 쳤었습니다. 단순히 멋만 부리려구요. 그러다 새벽 홍대거리에서 혼자 감성에 젖어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고있었는데, 어떤 분이 자기가 한 번 쳐도 되냐면서 제 앞에서 아주 멋진, 듣도 보도 못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걸 보고 저 스스로가 속 빈 껍데기처럼 느껴졌죠. 그때부터 그 공허함을 채워줄 근본적인 공부들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가 근본인지도 모르면서요. 그것 때문에 하나하나 완벽하게 배우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지 않겠다! 하는 이상한 기조가 생겨버렸습니다. 결국 스스로 기준에 기대감에 못 미쳐 자신감은 떨어지고, 제가 뭘 하는건지 의문만 늘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시간만 보낼 바에야 그냥 제 못난 실력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 도와달라 말씀드린 부분도 이것이었구요. 그냥 시작하기. 뒤에서 밀어줄 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통해 먼저 유튜브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자막 달 인력이 필요 없으니 제작비 절감이 가능할 테고, 또 기회가 된다면 썸네일 제작이나, 한국 유튜버들의 대화도 위와 같은 애니메 형식으로 2차 창작해서 해외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일종의 클리퍼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들을 포트폴리오 삼아서 영상 편집자 지원용으로 써도 될 테구요. 그렇게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 제 이야기를 슬슬 준비해봐도 되겠지요. 그것으로 작가를 한다거나, 어디 내놓아서 소속에 들어간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나 기타 제약 하에 이야기를 쓰기보단 온전히 저를 위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정도의 얘기는 하고싶지 않습니다. 저도 아직 갈 길이 먼데 그런 얘기는 조금 시기상조로 들리기도 합니다. 대신 제 생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졸속이 지완을 이긴단 말이 있습니다. 졸속은 빠르고 허술하단 뜻이고, 지완은 반대로 느리지만 완벽하단 얘기입니다.

전 예전엔 항상 지완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 이야기엔 졸속은 절대 안된다는 마음으로요. 결국 그러다가 겁에질려 눈앞에 있는 가능성을 포기해버렸고, 시도조차 못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애초에 완성이 있는 공부가 어디있을까요? 매번 잘하는 것만 연습하면 언제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하다보면 언젠가 되겠지'라 생각하기보단, 지금 당장 경험하는 실패에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실패는 추억으로 남지만 도전하지 않음은 후회로 남습니다. 그러다보면 가끔씩 대박도 치고 그러는거 아닐까요? 다 쓰고보니 오히려 저한테 하는 얘기들 같네요. 다른 분들도 좋은 결과 거두시길 바랍니다.